각 당은 대선에서 개헌 로드맵을 명확히 밝혀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의장 직속 ‘국민미래개헌자문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며 국회 헌법개정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그동안 개헌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번 제안의 취지에 전반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대선과 동시에 국민투표를 시행하는 방식은 권력구조 개편에만 논의가 집중되거나, 국민적 숙의와 공감대 없이 졸속 개헌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에 각 정당이 대선 기간 중 개헌의 로드맵과 주요 내용을 국민 앞에 명확히 제시한 후, 대선 후 정치권이 축적된 개헌 논의를 바탕으로 개헌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 이후 개헌 논의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비판의 핵심은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이루어진 지 오래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최우선 과제는 내란 진상 규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개헌은 1987년 헌법 제정 이후 38년간 국정운영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과제다. 대통령의 권한 남용,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갈등, 반대로 여대야소 국면에서의 일방적 국정운영 등은 헌법적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또한 1987년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 도입에 초점을 맞추느라 과거 청산은 물론, 변화된 시대정신을 반영한 기본권 확대 논의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존재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개헌 논의의 필요성과 시의성을 부정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는 그동안의 개헌 논의의 필요성을 더욱 재확인시켜준 계기로 작동했다고 보아야 한다. 예컨대, 비상계엄 선포를 견제하지 못한 국무회의, 대통령의 군 정치 중립 훼손, 경찰 동원 시도, 선관위에 대한 부당한 지시,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관련 문제 등은 모두 대통령의 법적 책임과 함께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안이다. 헌법재판소 탄핵 선고문에서도 밝히듯, 대통령의 법적 책임과 함께 정치적 협치와 제도적 통제의 과제도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다만, 국회의장은 대선 이후 개헌 동력이 사라지는 현실적 문제를 고려하여, 대선과 함께 권력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2차 개헌을 추진하자는 방안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서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렇게 될 경우 현실적으로 2차 개헌의 추진이 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며, 선거 시점에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될 우려가 존재하며, 또 이로 인한 정치적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작 권력구조 개편의 방향에 대하여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현재 자문위가 검토 중인 책임총리제와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실질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4년 중임제는 재신임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재선 이후 또 다른 독주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으며, 책임총리제 역시 대통령과 총리 간 권한 분산을 통한 협치보다는, 권력 이원화로 인한 정치적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경실련은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논의는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하지만, 졸속 추진은 피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현실적으로 각 정당이 대선 과정에서 개헌 방향성을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밝히며,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을 촉구한다. 내용적으로 권력구조 개편은 단순한 권한 재배분이 아니라, 삼권분립의 원칙을 강화하고 대통령 권한에 대한 견제와 통제를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또한 개헌 논의는 권력구조 개편에만 머물지 않고, 지방분권, 기본권 확대, 사회적 가치 반영 등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에 대선 과정에서 각 당 후보자들이 개헌 로드맵을 국민 앞에 제시하도록 하고, 각 당은 개헌의 구체적 내용과 방향에 대해 공론화하고 국민과 소통하기를 바란다.“끝”.
2025년 4월 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