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공천·패권 정치 심판하고 지속가능한 정치 선택해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지방선거 성평등 의제 실종 비판 성명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성명을 발표하고, 거대 양당의 성평등 공약 실종과 여성 의무공천제 취지 훼손, 패권 정치 심화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촉구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2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지역사회의 미래와 사회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의 장이 되기보다 거대 양당 중심의 패권 정치 속에서 성평등 의제가 실종되고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된 채 치러졌다"고 평가했다.
단체는 먼저 정치권이 여성정책을 출산과 돌봄 중심으로 협소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성인지네트워크의 공약 분석 결과를 인용하며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여성 관련 공약이 출산 장려와 돌봄 지원에 집중된 반면, 성별 격차 해소와 성주류화 정책 비전은 사실상 부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 의무공천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형식적 공천 관행도 문제로 제기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 여성 후보를 추가 공천한 뒤 곧바로 사퇴시키는 방식이 활용된 사례를 언급하며 "여성 후보를 형식적 요건 충족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러한 방식이 유권자의 선택권을 왜곡한다고 지적하며 정당들의 책임 있는 공천 시스템 마련을 촉구했다.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성차별적 정치문화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일부 후보 캠프에서 여성 선거운동원들에게 특정 복장과 춤을 요구한 사례를 언급하며 "정책 전달과 민주주의 참여가 아닌 시각적 볼거리로 소비되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정치인들의 언행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정치 지도자와 후보가 어린 여자아이에게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도록 요구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를 단순한 친근감 표현이 아닌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공적 공간에서 드러난 사례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공직 후보자와 정치 지도자들이 공적 언어가 가진 권력 효과를 인식하고 유권자를 동등한 시민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투표 당선 사례가 증가한 현상 역시 지방자치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로 지목됐다. 단체는 "민주주의는 경쟁과 검증, 시민의 선택을 통해 작동한다"며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공천권만 남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거대 양당 중심 정치구조와 이에 협력하는 정치 세력들에 대한 비판도 제기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일부 군소정당들이 독자적 정치 비전보다 선거공학적 연대에 의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존 정치구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거대 정당 중심의 기득권 구조를 깨뜨리지 않는 한 구조적 성차별과 지방자치의 위기,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유권자들이 패권 정치와 정치적 야합을 심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선거에서 성평등과 사회적 다양성 가치를 적극적으로 제안한 정당과 후보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성평등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여성의당, 여성 노동자와 자영업자 지원 정책을 제안한 노동당, 폭넓은 성평등 공약을 발표한 정의당, 녹색사회 비전을 제시한 녹색당, 사회적 소수자의 정치 참여 확대를 주장한 탈시설장애인당 후보들의 노력을 언급하며 "한국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성명 말미에서 "여성과 약자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정치가 아니라 성평등과 인권,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실천하는 정치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