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05(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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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민 의원 “안전보다 행정편의 우선한 전형적 부실행정, 즉각 감사해 안전 보강해야”


지난해 집중호우로 붕괴 위험 판정을 받은 후 철거된 유등교가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대전시가 임시 가설교를 설치하면서, 한국산업표준(KS)에도 맞지 않는 중고 복공판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유등교는 대전 중구와 서구를 연결하는 4번 국도상의 교량으로 24년 7월 폭우로 침하되어 대전시가 이를 철거하고 다시 짓고 있다. 대전시는 건설 기간인 3년 동안 사용할 가설교를 지어 지난 2월 개통했는데, 이 가설교에 부식이 진행된 중고 복공판을 사용하고, 위험성에 대한 평가나 피로도 시험도 거치지 않았다.


복공판은 여러 개가 이어져 다리의 바닥판을 이루는 철강재로 수십 톤의 차량 하중을 반복적으로 받는 구조물이다. 피로도가 누적되면 국부 파괴나 전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부품이다. 특히 유등교 가설교는 양방향 곡선 형태로 설계되어 일부 구간에 하중이 집중되는 구조적 취약점이 존재한다. 


국토교통부의 「가설공사 일반사항」은 모든 가설공사용 자재가 KS인증 또는 자율안전확인신고품이어야 하며, 재사용품은 반드시 품질검사와 시험성적서를 첨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서울특별시의 경우, 재사용 복공판은 피로수명이 3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규정하고, 2011년 9호선 3단계 공사에서부터 신강재를 사용하고, 재사용품 사용이 확인되면 교체하도록 하고 있다. 


대전시는 그간“KS 철강재로 제작된 제품을 사용했다”고 주장했지만, 건설안전발전협회와 의원실 확인 결과, 유등천 가설교에 쓰인 복공판은 철계단용 강재를 쓰는 S사의 비KS 강재 중고 복공판이었다. 심지어 정확한 제조일자와 사용이력은 확인 자체가 불가했다. 이 복공판은 기술 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12년 전에 폐지된‘KS D 3633(바닥용 무늬강판)’기준에 따른 강재로 만들어졌다. 계단이나 바닥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가설교량에 쓰이는 구조용 강재들과는 전혀 다른 용도다. 


시공사인 하이브리텍이 대전시에 제출한 자재승인서에는 복공판 시공사로 선정된 ㈜하이브리텍이 A사에 위탁생산 했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하이브리텍과 A사 모두 애초에 복공판을 생산하지 않는 업체였다. 대전시는 허술한 서류에도 별다른 검증 없이, 자재 사용을 승인했다. 장 의원이 공개한 대전시 제출 서류에는 해당 복공판이 ‘월곶판교6공구’에 납품된 것으로 되어 있어, 해당 복공판이 수도권 지하철 건설 현장 등에서 사용됐던 것으로 추측된다. 장 의원은 “신품으로 새로 제작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제출하고, 실제로는 중고품을 사용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전시의 품질공사 누락과 사후 품질검사 문제도 제기됐다. 국토교통부 「가설공사 일반사항」 등 관련 규정에 따라 부득이 재사용품을 사용할 경우에도 재사용품은 반드시 품질검사를 거쳐 시험성적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대전시와 시공사는 품질검사를 생략한 채 공사를 강행했다. 


대전시는 건설안전발전협회의 민원을 받은 후인 2025년 1월 23일이 되어서야 복공판 16장에 대한 시험을 의뢰했다. 이 시점은 이미 대부분 공사가 마무리되고, 일부 구간 개통을 불과 하루 앞둔 상황이었다. 실제 사용될 자재를 미리 보내 검사한 것이 아니라, 별도의 다른 복공판을 임의로 보내 검사받은 것이다. 


특히 해당 복공판 시공사는 대전시가 충분한 안정성이 필요하다며 특정공법 선정 제안 입찰을 통해 입찰한 것이라 더욱 논란이다. 대전시는 24년 8월 1일 가설교 설치를 결정한 후, 같은 달 23일 구조적 안정성 확보 가능한 공법을 가진 특정공법 업체를 선정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를 통해 2006년 출원한 특허를 가진 ㈜하이브리텍이 복공판 시공사로 선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가설교량 건설은 일정 시공능력을 가진 건설사면 따로 특허공법이 필요없다는 지적이 있었고, 본공사 입찰 1~9순위가 모두 입찰을 포기해 가설교 준공이 지연된 점에 대해서도 ㈜하이브리텍이 가져가는 비용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되기도 했다.  


현재 문제의 복공판 위에는 80mm 두께의 아스팔트 포장이 덮혀 있다. 대전시와 시공사는 “포장이 하중 분산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아스팔트가 오히려 하중을 더해 복공판의 피로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더 큰 문제는, 이 포장 때문에 복공판 하부의 손상이나 부식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고 일부 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부 민원인들은 “대전시가 중고 복공판의 부식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포장을 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유등교 가설교에는 약 3,200장 이상의 복공판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품 H형 복공판의 조달단가는 장당 약 73만 원인 반면 중고 복공판의 시세는 20~3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약 13억 원가량의 원가절감이 이루어진 셈인데, 대전시는 가설교 시공 예산으로 73억 원을 집행했다. 


장철민 의원은 “대전시는 ‘특정공법’을 이유로 공사를 늦추더니, 정작 선정된 업체가 중고자재를 사용하는 것을 방치했다”며 “시민 안전을 방기한 심각한 관리 실패”라고 강조했다. 이어“즉시 유등교 가설교 전 구간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과 자재 반입과정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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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매일 지나는 다리를 녹슨 철판으로, 관리·검증 모두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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