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든 시기에 대표회장 맡아...다시 한국교회 대표 보수단체로 세워”
[인 터 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직전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통합 마무리 할 통합위원장으로 여전히 한기총 위해 일할 것”
‘정서영TV’ 개발...교계 주요 이슈에 대한 해석이나 토론 등 컨텐츠 준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가장 힘든 시기에 대표회장직을 맡아 2년간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교계에서 존재감 없었던 한기총은 다시 한국교회 대표 보수단체로 세워졌고 정강정책을 통해 보수 정체성 또한 확보했다. 이제는 발전할 일만 남았다”
한기총 전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예장개혁 총회장). 제26대와 제27대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정 목사는 지난 2년간 대표회장으로서의 감상을 밝혔다.
한기총을 비롯해 한교연, 한장총, 세기총 등 교계 대표 연합기관의 대표회장을 역임한 그는 특히 한기총에 대한 기억은 달랐다. 존재감조차 없었고 다 망한 기관이라고들 말하던 한기총을 다시 교계의 중심에 올려놓았고, 보수신학 정체성을 다시금 구축하며 ‘한기총 다운 한기총’이 됐다고 자부했다.
정 목사의 한기총 사랑은 끝이 없다. “과거 하나의 보수기관이었던 한기총에서 한교연, 그리고 한교총이 분열해 나가면서 한국교회의 혼란이 커졌다. 당연히 한기총의 이름으로 다시 통합하는 것이 염원이고 책임”이라며 “통합위원장으로 한기총 위해 헌신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기총 대표회장 임기를 마친 정서영 목사와의 일문일답.
△ 2년전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취임했을 때의 한기총은 어떤 상황이었나?
― 당시 한기총은 최악의 상태였다. 변호사가 임시 대표회장을 맡아 3년을 이끌어 왔기에 아무래도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했다. 실제 한기총하면 금권, 타락, 부패 등 다 망한 기관으로 인식됐었다. 많은 분들이 내게 대표회장을 맡아주기를 요청했던 것은 내가 아무래도 교계 연합운동에 많은 경험이 있으니, 한기총을 회복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나 역시 이 부분에 큰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 한기총이 죽으면 한국교회가 무너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기총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보수 기관이다. 한기총도 한기총이지만, 한국교회를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대표회장직을 수락했다.
△ 대표회장 임기 중 가장 신경썼던 부분은 무엇인가?
― 이미지 쇄신이었다. 부정부패, 금권선거 척결을 우선으로 했다. 실제 지금 한기총의 선거에는 단 돈 10원도 쓰이지 않는다. 사실 처음에 내가 출마했을 때 여러 요구가 있었는데 다 거절했다. 처음에는 불만들이 있었겠지만, 결국 다들 한기총 쇄신을 위해 협력해 주셨다. 그 다음 한기총의 정체성을 쇄신하는 일에 많이 신경을 썼다. 한기총은 보수단체다. 그래서 WCC WEA 동성애 등을 반대하는 한기총의 정강정책을 만들어 보수의 정체성을 확보했다. 한교총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른다고 하지만 그것은 정체성이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한교총은 교단 연합체가 아니라 교단장연합회라고 생각한다. 교단 연합체가 되려면 신학과 신앙이 같아야 한다. 어떻게 동성애를 반대하는 교단과 찬성하는 교단이 함께 할 수 있나? WCC 회원교단과 보수 교단이 함께하는 것이 가능한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부분이다.
△ 보수의 정체성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다소 편향됐다는 지적을 하는데?
― 이는 두 가지로 확고히 구분해야 할 것 같다. 한기총은 신학적으로 분명 타협할 수 없는 보수다. 개혁주의 보수신학을 추구하는 것이 한기총이다. 그런 의미에서 WCC와 WEA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편향됐다는 부분은 정치적인 부분이다. 한기총은 특별히 어떤 정치 이념이나 정당에 국한되어 본 적이 없다. 빨간색도 파란색도 아니다. 다만 성경과 기독교 신학에 근간해 우리사회의 그릇된 부분에 선지자적 목소리를 낼 뿐이다. 그동안 한기총은 정치적으로 여야를 구분치 않고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한기총의 성명은 여야가 아닌 한국교회를 향한다. 또한 정강정책에 나와 있듯이 국가의 자유민주주의를 헤하는 일을 강력히 저지하고 있다. 교회 역시 자유로운 신앙생활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는 자유민주주의 안에서 가능한 일이다.
△ 한기총이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평가 한다. 그 과정은 어떠했나?
― 당연히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열악한 재정과 교계의 편견은 말이 아니었다.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교계 연합운동을 오랫동안 하며 얻은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교계 중진 지도자들을 만나 한기총의 새로운 변화와 반드시 회복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며 한기총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다. 지난해 예장합동측이 한기총 복귀를 목적에 뒀던 것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였다. 당시에만 해도 합동측이 복귀한다는 것은 아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합동측의 한기총 복귀는 시기의 문제일 뿐이지, 거의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합동측도 한기총의 교계 대표성과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 한교총과의 통합 추진은 안타깝게도 불발 됐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 같나?
― 과거 하나의 보수기관이었던 한기총에서 한교연, 그리고 한교총이 분열해 나가면서 한국교회의 혼란이 커졌다. 당연히 한기총의 이름으로 다시 통합해야 한다. 그렇다고 막무가내식 통합을 할 수는 없다. 통합은 추진하되 절대 끌려가는 통합은 아니다. 통합 불발의 근본적인 문제는 한교총에 속한 WCC, NCCK 소속 교단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이 컸다. 한기총은 태동 자체가 NCCK에 대항해 만들어진 보수기관이다. 그런 한기총이 지금 WCC NCCK 등과 함께한다면 이는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한교총은 노골적으로 임기 내내 종교지도자협의회의 기독교 대표권을 뺏어가려고 시도했다. 그런 모습이 어찌 통합에 임하는 단체의 자세인가? 결국 한교총은 종지협 진입에 실패하자 천주교, 불교와 함께 '제2의 종지협'을 만들려고 시도했으나, 천주교 불교 등으로부터 거절당했다. 올해는 통합위원장으로 조건이 맞고 모두가 용납할 수 있는 통합을 위해 헌신할 것이다.
△ 현 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일하면서 한국교회의 목소리를 최대한 내는데 주력했다. 교회는 침묵해서는 안된다. 잘못은 잘못이라고 말해야 한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회의 의식이 많이 죽었다. 어느 순간 목사가 직업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하나님 입장에서 세상을 봐야 한다.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 막중했던 책임을 마쳤다. 올 한해 계획이 있나?
― 한기총도 대표회장만 내려놨을 뿐, 통합을 마무리 할 통합위원장으로 여전히 한기총을 위해 일하게 됐다. 밖에서는 대표회장을 하고 곧바로 위원장을 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따지지 않는다. 그저 한기총을 위해 올해도 일 할 수 있다면 된다. 그리고 예전부터 기획했던 유튜브를 시작하려 한다. ‘정서영TV’의 초안을 만들고 여러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이를 활용해 한국교회를 위한 다양한 일을 유튜브를 통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교계 주요 이슈에 대한 해석이나 토론 등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다니며 찍은 사진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나누려는 콘텐츠도 준비 중에 있다.
